• 홈 >
  • OLD1 >
나의 Estate Sale 코발리스교회 2021-01-31
  • 추천 1
  • 댓글 0
  • 조회 1121

http://kpccor.org/bbs/bbsView/47/5862742

우리 한국에서는 따듯한 봄이 시작되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긴긴 겨울이 지나 봄이 시작하면서 집안에 물건들을 정리하기 위해서 ‘거라지세일(Garage Sale)’을 시작합니다. 미국 생활 문화를 이해하고 배우는데 빼놓아서는 안될 매우 유익한 장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곳에서 가끔씩 꼭 필요한 물품들을 거의 헐값에 사면 마치 큰 '봉'이라도 잡은 듯 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오기도 합니다.

‘거라지세일’뿐아니라 집 앞마당을 의미하는 야드세일(yard Sale), 여러 가지 물건을 판다는 의미에 러미지세일(Rummage), 또 이사를 가는 집에서 하는 무빙세일(Moving Sake)등 여러 가지 비슷한 종류의 세일들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집안 물건을 정리하는 세일 중에 ‘에스테이트세일(Estate Sale)’이라고 있습니다. 이것은 집 주인이 사망을 했거나 아니면 더 이상 그 집에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없게 되었을 때 ‘에스테이트세일’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나 아니면 자원 봉사팀들에 의해 집안 전체 물건들을 세일합니다. 그리고 일반 구매자들에게도 가장 많은 관심을 갖게 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몇 일전, 토요 아침기도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길 모퉁이에 ‘에스테이트세일’을 한다는 푯말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침 텃밭을 가꾸는 도구가 필요해서 혹시 하는 마음으로 잠시 들르게 되었습니다. 
예상대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들은 2층집 전체 구석구석 자신이 원하는 물건들을 열심히 고르고 있었습니다.
집안에 들어서자 마치 작은 박물관에 들어온 느낌이 들 정도로 고풍스런 가구들로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기묘한 물건들도 있었고 특히 눈에 띠는 것은 ‘아프리카’에서 가져온 것 같은 많은 토속 장식품들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집 주인 되시는 분이 아프리카에서 살다가 오신 분 같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현관문 입구 좌측에 목회자만 입는 사제 가운이 걸려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벽마다 걸려있는 십자가와 많은 신학 서적들이 있는 것을 보아 아마도 이 집의 주인이 분명 목사님이셨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아프리카 어느 척박한 지역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선교의 열정을 불태웠던 선교사님이었을지도 모를 것입니다.

나는 ‘Estate Sale’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자원 봉사자인 듯한 사람들에게 이 집 주인에 대해 묻는 것이 예의가 아닐 것 같아서 묻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못 궁금하다는 생각이 앞서서 인지 몰라에 별로 사고 싶은 물건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왠지 한 두 가지는 구입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집 주인이 사용하셨던 서재 한쪽 벽 중앙에 걸려 있는 햐얀 모자이크로 만든 십자가를 손에 들고 방문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차고 한 쪽 선반위에 새것으로 보이는 제초제 한 통을 발견했습니다. 잔디는 상하지 않고 잡초만을 죽이는 제법 괜찮은 제초제라서 당장에 집어 들었습니다. 아마 집 주인께서 사용하기 위해서 사놓았다가 미처 사용해 보지도 못하고 이 집을 떠나셨나봅니다.

집안에 머문 시간에 비하면 별로 구입한 것이 없었지만 나는, 평소 힘겨웠던 목회자의 삶에 이정표가 되었을 하얀 모자이크로 만든 그 십자가와 잔디관리를 위해 사두었던 제초제 한 통을 가지고 나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꽤나 아끼셨을 거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주 정성스럽게 보관해둔 생활 용품들이 하나 하나씩 평소 알지도 못했던 사람들에 의해 팔려가는 것을 보면서 원 주인의 마음이 어땠을까.. 왠지는 몰라도,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에 가져가는 것을 보고 흐뭇해하시는 인자한 할아버지 목사님이셨을거라는 그런 행복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한 때는 주인의 마음속에 큰 자부심을 주었던 물건들도.. 수십 편의 영화와 같은 이야기가 담겼을법한 손때 묻은(vintage) 물건들, 어떤 때는 주인의 얼굴에 만연의 웃음을 가져다주었을 귀중했던 소장품들, 집 주인의 손과 발이 되 주었던 수많은 물품들이 민들레 꽃씨처럼 여러 사람들에 의해 흩어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이면, 나 역시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결코 슬픔의 길이 아닌 영광스런 영원의 길로 말입니다.

“말하는 자의 소리여 가로되 외치라 대답하되 내가 무엇이라 외치리이이까 가로되 모든 육체는 풀이요 그 모든 아름다움은 들의 꽃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듦은 여호와의 기운이 그 위에 붊이라 이 백성은 실로 풀이로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영히 서리라 하라”(이사야 40:6~8)

현영한 목사  

    추천

댓글 0

자유게시판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추천 조회
이전글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코발리스교회 2021.01.31 1 1033
다음글 나의 사랑하는 책 코발리스교회 2021.01.31 1 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