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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칼럼

2013-03-14 14:14:35 현영한

 

 

헨리 나우웬의 "탕자의 귀향"을 읽고서..

 

목회자에게 있어 책읽기는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마치 의무적인 일처럼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독서를 할 때는 순수한 독서가 아닌 뭔가 설교에 적용할 수 있는 어떤 인용구나 감동을 주는 내용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감(?) 같은 생각을 갖고 책을 읽게 됩니다. 작년 8월, 그 때도 마찬가지로 설교 준비를 위한 책을 한 권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책 제목은 지극히 성경적이고 너무나 익숙한 “탕자의 귀향”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사실 책 제목만 보았을 때는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그 내용이 어떻게 전개 될 것인지 자동적으로 상상이 가는 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책을 읽기로 했던 것은 책의 저자가 “상처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로 유명한 ‘헨리 나우웬’ 신부님께서 쓰신 책이라는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면서 ‘프롤로그’를 읽을 때만 해도 특별한 기대보다는 누가복음 15장에 기록된 탕자의 비유를 저자께서는 어떻게 해석을 했는지 궁금한 마음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설교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는 1983년, 저자이신 헨리 나우웬 신부님께서 지적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따듯한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공동체, 라르쉬(L'Arche)에서 몇 달 머물고 있던 중 그 공동체 안에 있는 작은 도서실에 벽에 붙여놓은 네델란드가 낳은 최고의 화가 ‘램브란트’가 그린 ‘탕자의 귀향’이란 제목의 그림을 보면서 작가의 삶이 완전히 바뀌는 데서부터 시작이 됩니다. 그리고 점점 변해가는 작가의 삶 속에 나도 모르게 한 초라한 모습으로 서있게 돼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 속에서 마치 헨리나우웬 신부님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착각이 들 정도의 몰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다가 몇 번이나 책을 덮고 뛰는 가슴을 만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는지 모릅니다. 보통 한 번 읽고 난 책은 거의대부분 네모난 책장 속에 차곡차곡 ‘숲속의 잠든 공주’로 만들어 버리곤 합니다만 지금 나는 이 책을 세 번째 읽으면서도 처음보다 더 깊고 새로운 감동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누가복음 15장의 탕자의 비유 이야기를 토대로 유럽 미술사에서 가장 위대한 화가로 손꼽히는 램브란트는 그의 인생 말기에 “탕자의 귀향”이라는 그림을 그려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마치 숙명과도 같은 그 그림과의 만남을 통해서 아버지 품속에 안겨진 둘째 아들의 모습이 자신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이 큰아들의 눈빛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램브란트의 그림 속에서 정작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탕자의 비유’ 속에 있는 메시지의 핵심은 바로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임을 발견합니다. 자신의 새로운 ‘소명’을 발견하면서 상속자로서의 아들에서 이제는 아버지가 되어야 하는 아들임을 깨닫고 하버드 대학의 교수직을 떠나 ‘라르쉬’ 공동체에 들어가 지체장애인을 섬기는 아버지로 살다가 심장마비로 하나님 나라의 부름을 받게 된 그의 삶이 너무나 진솔하게 고백되어지고 있습니다. 결코 봉사나 섬김의 차원이 아닌 슬픔과 용서,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인정 넘치는 아버지가 되는 세 가지 길을 그의 삶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 책을 읽고 있는 나 자신에게도 가슴에 품고 기도하며 굳게 서야할 그 자리가 어디인지를 말씀해 주고 있습니다.

 

현영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