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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형에게 코발리스교회 2021-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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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형에게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꿈같은 지난 30여년의 시간이 흐른 뒤 급속도로 발달된 문명의 이기를 통해 형을 다시 만났습니다. K형이라는 이름을 부르는 순간 검정 교복을 입고 토요학생회 모임에 온 것 같은 설래는 마음으로 한 때 짝사랑했던 여학생을 만난 것 보다 더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그 이유는 K형과 나눴던 각별한 우정 때문일 것입니다.  
형은 처음 교회를 나온 저에게 별로 반기는 얼굴로 대하진 않았지만 그 잘생긴 외모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가 먼저 마음을 주고 싶은 사람이었습니다. 우린 금방 친해졌고 버금성가대와 남성중창을 함께 하면서 수십 년이 흘러도 늘 내 가슴 한 구석에 아름다운 이야기속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형과 나는 함께 만났고 함께 이야기했으며 서로의 손을 잡고 신앙의 길을 걷게 된 것입니다. K형, 생각납니까? 크리스마스이브 때 ‘새벽송’을 돌면서 거의 얼음이 되어가는 양손을 비벼가며 ‘고요한밤 거룩한 밤’을 불렀던 그 일 말입니다. 형은 늘 첫 음정을 잡아 주셨고 우린 그 음정에 맞춰 노래를 불렀죠. 그렇게 난 K형을 따라 예수님을 점점 알아갔습니다.

얼굴의 여드름 때문에 곰팡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나에게 형은 가장 가까운 상담자가 되어 복잡한 나의 사춘기 시절을 함께 웃고 함께 고민해 주셨죠. 나보다 2주 먼저 군대에 입대한 형을 논산 훈련소 교회 앞마당에서 어느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만났을 때 우린 손 한번 잡지 못했지만 서로 부딪치는 눈빛으로 그동안 못다 나눈 이야기를 다 쏟아 부었습니다. K형, 난 그 때 예배실에 앉자마자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너무 울어 지쳤는지 설교시간 내내 깊은 단잠을 잤었답니다.

강원도 화천이라는 곳에 군 생활 할 때 K형하고 O형이 함께 면회 오시어 닭갈비를 사주셨을 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고기가 ‘닭’이라는 사실을 저의 무의식속에 각인시켜 주신 분이 바로 형들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O형께서 제게 고백하시기를 그때 일인분 더 시켜달라고 하면 어쩌나,, 무지 마음 졸였다고 하더군요, 그때 가진 돈으로 더 이상 주문을 할 수 없어서 말입니다. 닭갈비 2인분을 세 명이서 맛있게 먹으면서 신앙에 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그 때 저는 십자가의 사랑이 위로는 하나님의 사랑이요 수평으로는 형제와 이웃의 사랑이라는 것을 감각적으로 배우게 되었답니다.
이렇게 형은 예수님을 믿는 신앙이 우리의 삶속에 어떻게 녹아서 살게 하는지를 알게 했습니다.

K형, 이제 형에게 본론을 말씀 드려야겠습니다.
얼마 전, 형이 나에게 더 이상 기독교 신앙에 대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형 말을 듣고 한 동안 많은 생각에 잠겨 지냈어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먼저 형을 이해하고 싶었고 형이 그동안 품었던 의문들은 오히려 건강한 신앙을 세워가는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특히 ‘예수 외에는 다른 어떤 구원의 길이 없다는 기독교의 독선적 교리’에 대해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는 형에게 난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종교에도 구원관이나 그와 비슷한 교리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인간 구원의 가르침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성경에서 말씀하고 있는 창조주 하나님께 이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밖에는 없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너무도 명백하기에 독선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K형께서 말 한대로 구원의 잣대가 인간이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에 따라서가 아니라 예수를 믿는 믿음의 유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형의 말에도 충분히 공감 됩니다.  그러나 역으로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따라 구원의 길이 주어진다면, 독생자 예수께서 이 세상에 오실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구원을 위한 다른 어떤 종교도 인간에게는 필요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결코 형의 생각이 어긋났음을 밝히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저의 마음을 형이 받아 주시길 바랍니다. 형의 생각을 충분히 존중하지만 우리의 순수했던 만남의 시간 속에 날실과 씨실처럼 얽혀져 있는 신앙과 삶의 옷을 더 이상 함께 입을 수 없다는 것이 제 가슴을 저미고 있습니다.  

K형, 이제 우리가 다시 만난 후 두 번째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거리에 나뒹구는 낙엽들은 옛 추억들을 끄집어내어 높은 하늘을 바라보게 합니다.
이제 우리가 살아온 날들보단 살아갈 날들이 더 짧아진 중년의 가슴으로
다시 한 번 형의 이름을 부르고 싶습니다.
보고싶습니다.. K형

아우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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