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순이 이야기(3) | 현영한 목사 | 2022-09-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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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터박스(Litter Box)
아침에 눈을 뜨고 제일 먼저 챙기는 집안일은 4년 전 유기된 어린 고양이를 입양을 해서 우리 집 봉이 된 봉순이의 리터 박스(Litter Box)를 청소하는 일이다. 모든 고양이가 그러하듯 우리 봉순이도 배변을 할 때는 두더지마냥 땅굴을 파듯이 요란을 떨며 자기 배설물을 리터박스 모래 속에 감춘다. 동물 행동 전문가들에 의하면 고양이들이 자신의 배설물을 감추는건 포식자들에 대한 자기 안전을 지키기 위한 본능적 행동이라 하지만 나에게는 냄새 고약한 고양이 배설물에 불과했다. 아침이 되면 봉순이가 저질러 놓은 사건 현장에서 무슨 범행 단서라도 찾듯 모래(litter)와 함께 한 덩어리가 된 고양이 배설물들을 스쿠프(scoop)로 휘저으면서 하나씩 찾아내어 봉투에 담아낸다. 이른 아침 맑은 공기를 삼키는 것 보다 먼저 고약한 고양이 배설물 냄새를 맡게 되는 것이 썩 내키진 않지만 봉순이의 배설물들이 스푸프에 하나씩 걸려 나올 때 마다 묘한 쾌감이 생긴다. 아마도 우리 봉순이가 건강하게 잘 먹고 잘 배설 하고 있다고 온 몸으로 말해주는 기분이 들어서인가보다. 나의 이런 기분을 잘 아는 듯 우리 집 봉순이는 매일 매일 배변을 하고, 나는 매일 아침 어김없이 그녀가 저질러 놓은 것들을 치우며 살아간다. 반려견과 반려묘를 키우는 입장에서 가끔씩 그들을 통해 아주 미미하지만 나를 향한 하나님 아버지의 손길을 동일하게 느낀다. 제법 서늘해진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우리 봉순이의 리터박스를 치우다 문득 하루하루 배설하듯 쏟아내는 나의 죄악 덩어리들도 이렇게 열심히 숨겨놓지는 않았겠는가? 매일 아침 내가 봉순이 리터박스 안을 스쿠핑(scooping) 하면서 배설물을 꺼내듯이 우리 성령님께서도 매일 매일 내가 배설해 놓은 죄와 허물들을 찾아서 꺼내어 주시고 치워 주시는 분이 아니신가,, 우리 집 봉순이는 나의 수고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지는 모르겠지만, 살아계신 하나님 자녀로 사는 내가 어떻게 성령님의 이 놀라운 은혜를 모른다 할 수 있으랴.... 우리 봉순이가 나와 함께 사는 날까지는 나는 매일 봉순이 배설물을 청소해 주는 아빠 집사로 살아가듯이 나도 우리 주님과 함께 하는 날 동안 날마다 나의 죄와 허물을 찾으시어 버려주시고 깨끗하게 씻어주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와 하나님 아버지의 크신 사랑 가운데 살아가리라.. 오 주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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